불바다, 깊은 정 (100화)
양왕은 액막이 첩으로 들인 옥노에게 몹시 만족했다. 티 없이 맑은 옥 같은 피부에 세상에 둘도 없는 절세가인이었다. 어린 옥노는 그를 지극히 은애하여 주체할 수 없는 깊은 연정을 품었다. 다른 사내가 넘보자 죽음으로 결백을 지켰고, 그가 암살을 당할 뻔했을 때는 목숨을 걸고 칼을…
양왕은 액막이 첩으로 들인 옥노에게 몹시 만족했다. 티 없이 맑은 옥 같은 피부에 세상에 둘도 없는 절세가인이었다. 어린 옥노는 그를 지극히 은애하여 주체할 수 없는 깊은 연정을 품었다. 다른 사내가 넘보자 죽음으로 결백을 지켰고, 그가 암살을 당할 뻔했을 때는 목숨을 걸고 칼을 막아냈으며, 그가 병에 걸렸을 때는 밤새 불상 앞에 꿇어앉아 쾌유를 빌었다. 그럼에도 양왕은 첩은 한낱 첩일 뿐, 결코 정실이 될 수는 없다고 여겼다. 옥노가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을 듣자 양왕의 가슴은 텅 빈 듯 허망함에 휩싸였다. 그러나 전란의 포화 속에서 나란히 적을 베었던 정분도, 그의 백월광이었던 장공주의 눈물 한 방울에는 미치지 못했다. 성벽 위에서 양왕이 장공주를 구하기로 선택한 그 순간, 이옥염은 쓸쓸한 미소를 지으며 불바다 속으로 몸을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