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역신세기 (33화)

안개 자욱한 산 중턱 역참길 옆, 작은 역참 하나가 매일 문을 활짝 열어둡니다. 봄날 이른 아침 덧문을 떼어내고, 여역승은 역참 장부를 넘기며 대청 청소를 이르고 말뚝을 새로 박습니다. 어린 제자는 마당을 몇 바퀴씩 쓸며 방금 쓸었다 투덜대면서도 구석구석 다시 닦아내고, 뒷마당…

안개 자욱한 산 중턱 역참길 옆, 작은 역참 하나가 매일 문을 활짝 열어둡니다. 봄날 이른 아침 덧문을 떼어내고, 여역승은 역참 장부를 넘기며 대청 청소를 이르고 말뚝을 새로 박습니다. 어린 제자는 마당을 몇 바퀴씩 쓸며 방금 쓸었다 투덜대면서도 구석구석 다시 닦아내고, 뒷마당 마구간에서는 늙은 마부가 허리를 굽힌 채 여물통 틈을 메우느라 이슬에 바짓가랑이가 젖어도 고개 한번 들지 않습니다. 한 해 동안 그들은 과거 보러 가는 선비, 떠돌이 보부상, 비를 긋는 나그네를 맞이하고 배웅하며, 따뜻한 국 한 사발과 여물 한 단까지 정성을 다해 빈틈없이 마련합니다.

정운역신세기 - 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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